제주한달살기

Day3. 거센 제주 바람. #하도핑크 #카페벨롱 #관음사 #오후다섯시두가지착각조차도

youssomi 2021. 5. 1. 21:58

저녁 여덟시쯤 깨무룩 잠이 들었다 밤 열시 반?쯤 눈이 떠졌다. 그리고 이 때 큰 실수를 했으니 시계 확인한다고 휴대폰을 본 것이다. 그대로 점점 정신이 맑아지며 밖에 휘몰아치는 천둥번개와 거센 빗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. 그렇게 휴대폰 만지작 거리다 눈 감고 뒤척이길 여러차례, 결국 새벽 늦게 잠이 들었고 눈 떴을 땐 오전 열한시 반이 되어가고 있었다! 낮밤 바뀐 한량 모드는 이번 주말까지만 유예하기로 하고, 새벽에 정리했던 동선대로 서둘러 움직이기로 했다.

 

일단 금강산도 식후경! 딱새우 리조또를 먹기로 하고 하도핑크로 향했다. 

 

 

 

 

 

 

먹기 좋게 칼집 난 딱새우를 수저와 포크로 똑똑 떼어먹고, 매콤한 맛에 콧물 날 것 같을 땐 카라향 에이드를 들이켰다. 카라향 자체가 달아서 그런지 시럽을 넣으셨는데도 몸서리쳐지게 달지 않았다. 단맛에 예민해져서 긴장했는데, 제주에선 조금 마음 놓아도 될 것 같은 희망이 보였다. 양배추 피클이 아삭아삭 맛있어서 남기지 않을 정도로 절반만 더 주세요, 리필까지 야무지게! 매콤한 맛과 크림소스 그리고 치즈의 밸런스가 좋았다. 

 

 

 

 

 

 

한 쪽에 다락같은 공간이 있어서 높은 층고를 자랑하는 카페 벨롱. 바다 보며 멍, 잠시 생각을 멈출 수 있는 곳. 진한 코케허니 필터 커피 안에 둥실둥실 구름이 담겼다.

 

 

 

 

 

 

부처님 오신 날이 되기 전, 오랜만에 관음사로 향했다. 가족여행으로 제주도에 왔을 때 들리고 몇 년만인지 모르겠다. 알록달록 고운 연등과 그렇지 못한 험상 궂은 하늘과 바람. 그래도 대웅전에 자리가 남아서 가족등도 켜고, 삼성각에도 들리고 바람에 시린 두 손 주머니에 꽂고 기분 좋게 한바퀴 돌고 내려왔다.

 

 

 

 

 

 

오후다섯시 두가지착각 조차도로 향해서 조차도와  얼그레이 크러핀을 주문했다. 단짠 밸런스가 잘 맞는 소금 캬라멜 라떼. 얼그레이 크림이 듬뿍 들어간 버터향이 살아있는 크러핀. 빵종류 오랜만에 먹으면서 크기에 주춤하다 시켰는데, 결국 먹다 남길 뻔(!) 했다. (다 먹었다는 이야기) 아무래도 디저트는 무리인가, 란 생각이 들었다. 분명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엄청난 속도로 먹어치우던 빵이었는데, 먹는 속도도 맛도 받아들이는 속도 예전 같지 못하다. 바뀐 몸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할 거 같다. 조금 슬프지만.

 

 

 

카페에서 집으로 향하는 길, 서쪽을 등지고 동쪽으로 향하다보니 룸미러 너머로 커다란 해가 넘어가는 구경을 했다. 그리고 집 앞에 도착해서 일몰로 빨갛게 물든 하늘도 보고, 제비 달방의 명물 고양이들과 인사 나누고. 오늘 밤 비가 오지 않는다면, 삼각대로 지평선 저 너머를 찍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다. 

 


하도핑크
- 딱새우리조또 15,000원
- 카라향에이드 7,000원

벨롱
- 핸드드립 6,000원

오후다섯시 두가지착각 조차도
- 조차도 7,000원
- 얼그레이 크러핀 6,000원